1년이 지나 후기를 쓰는 지금의 결론은 하길 정말 잘했다!
졸업이 늦어지면서 우울감+무기력 때문에 중요한 할 일 미루기가 정말 심각했던 때가 있는데, 중요한 일 미룰 때 하던 것들 중 하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영어공부였다. 그런데 무기력+우울기가 길어서였나 ㅎㅎ 약간 취미화 되어버린 도피처로서의 영어 공부
영어 콘텐츠를 즐겨 감상하기도 하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해주는 것이 영어공부이고, 또 시간을 들이는 만큼, 많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지는 게 영어였다. 그래서 그간 내가 해온 것은 대화를 위한 언어공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막상 졸업하니 나를 옥죄는 '지금 당장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없어져서 진짜 내가 자신 없었던 말하기/듣기/사람과 면대면으로 스몰토크하기를 연습해야겠다 생각했다. 게다가 가브리엘과는 포르투갈어로도, 한국어로도 대화가 불가능하니 영어로 대화하는데, 뭐 둘 다 완벽한 영어 사용자가 아니라서 이렇게 말하는 게 정말 맞나? 항상 의문이 들었다. 가끔씩 오해도 생기는 것 같고...
사실 이전에도 캠블리에 오기 전까지 회화학원, 언어교환 앱, 펜팔 앱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고, 그렇게 성인이 된 후까지도 돈과 시간을 많이 들였던 분야인데 또 돈을 쓰고 싶은 마음이 쉽사리 들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기니 ㅎㅎ
졸업과 코로나가 겹치면서 이래저래 심난했지만 재난지원금이며 근로장려금같은 예상치못한 수입이 이런 기회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내가 선택한 플랜은 주 3회, 30분씩 1년이었다. 추석 프로모션으로 50% 할인받은 가격으로 등록했다.
연간 플랜을 하고자 한다면 꼭 프로모션 코드를 사용하시길 바란다. 기다리면 꼭 오는 할인~
나는 플랜을 시작해놓고도 겁이 나서 2달을 까먹었다. 그냥 튜터 목록 훑으면서 소개 영상 보고 그러다 기빨려서 관두고. 그러다가 어느 날 눈 딱 감고 첫 수업을 예약했다. 그리고 그 튜터와 1년이나 수업을 하게 되었다.
튜터 선택에 관한 팁들이 인터넷과 유튜브에 많이 돌아다니는데, 여러 튜터에게 수업을 받아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다행히 첫 만남에서 나에게 딱 맞는 튜터를 만나 일주일에 1-2회는 꼭 그 튜터에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주 3회 수업이기 때문에 적어도 3명의 튜터에게 수업을 받고 싶었다. 튜터들의 국적과 직업이 정말 다양해서 발음과 억양, 주로 할 수 있는 대화의 주제도 다양하다. 나는 좀 어렵게 느껴졌던 영국, 호주 억양을 접하고 싶었다. 남아공 억양도 궁금하지만 내 경험상 연결이 좋지 않아 소통이 어렵자 점차 선택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튜터들을 만나보고자 탐험하던 때 새삼 시크하고 무심한(무성의한) 튜터들을 만나 살짝 상처받기도 했다.
분명 평점이 높은 튜터인데 왜 나랑 수업할 때는 자꾸 하품하고 어딘지 차가운(?)것일까..^^ 혹시..? 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기도 하고ㅎ
대부분의 튜터들이 웬만하면 자격증을 갖추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방면에 관심이 있고 대화를 이끌어가는데 능숙하다.
하지만 아주 가끔 정말 대화가 뚝뚝 끊기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나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자기소개+백그라운드 설명 반복하는 데에 피로를 느끼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부디 본인과 잘 통하는 튜터를 만나 레귤러 스튜던트가 되어보시길!
그리고 튜터들에게 평점 제도가 있어 점수를 보고 고를 수가 있는데, 나와 수업하는 튜터의 평점이 점점 올라 마침내 슈퍼튜터가 되는 과정을 보는 (괜히 내가) 뿌듯한 점도 있었다. 5점 만점에 4.8 이상이면 정말 우수한 튜터이고, 사실 그 보다 낮아도 나와 잘 맞는 튜터가 있기도 했다. 이건 좀 조심스럽지만... 튜터들 중에서 예약을 일방적으로 없애거나 스케줄을 자주 변경하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래서 4.6~4.7 정도의 평가를 받은 튜터라면 어딘가 조곰 찝찝~?한 면이 있다는 것.
캠블리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은
1. 어느 정도 수준 위에 있다면 자기가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알고 대화소재 등을 스스로 준비해 가야 수업이 알차게 진행된다.
2. 튜터와 친구가 되는 듯 아닌 듯 애매한 교류가 이어진다.
3. 외국인 울렁증, 영어 울렁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영어가 뭔가 익숙한 언어가 됨.
4. 내향인에게는 고통스러웠다.
추천 튜터>>>
영국의 Rad.M 선생님
이 분 돈 많이 많이 버시면 좋겠다~ Sonic art라는 내게 무척 생소한 사운드 아트를 전공하셨는데, 예술 전공자로서 통하는 것도 많았고 선생님보단 친구처럼 재미있고 다정한 분이었다. 그리고 광고 쪽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 어휘도 굉장히 잘 봐주시고 티칭 경험이 많아서 자료도 막 보내주시고 그랬다. 내가 아는 가장 따수운 ENFP
호주의 David 선생님
이 분 평점이 낮아서 좀 의아한데... 아마 여행하는 장소에 따라 연결이 안 좋아서 그럴 듯. 그런 점이 살짝 불편함은 있었으나 수업시간 30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명상이나 마음수련 같은 걸 하셔서 대화하면 굉장히 힐링되는 분이셨다. 악센트가 있어서 알아듣기가 어려웠지만 그만큼 내가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스페인의 Chris 선생님
은퇴하시고 부인분과 스페인에 정착하여 사시는 잉글랜드 분 이신데, 발음이나 실수 같은 것들을 대화 도중에도 잘 잡아서 꼼꼼히 티칭 해주셨다. 가드닝, 정치, 문화 쪽으로 대화가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1년 가까이 수업을 하긴 했어도 성을 물어볼 일이 없어서 대략 퍼스트네임만 알 수 있다. 캠블리의 수많은 동명이인들 사이에 묻혀있을 수 있다. 참... 이렇게 지나가는 인연인가 싶다가도 종종 생각나는 그런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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